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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이불이 한세트면 한국인, 두 세트면 일본인
2005.01.07
- -한국 마누라가 최고야!?-
한일관계는 경쟁관계이자 동반자 관계라는 이율배반이 지배하고 있다. 그것 아마도 일제 강점기라는 역사적 아픔을 잊기엔 우리의 사회적 치유가 덜 아물어 진 영향 탓도 있겠지만, 잊어만 하면 한번씩 벌집을 건드리듯이 망언을 일삼는 일본의 책임도 클 것이다.
또 한 가지는 한일간에 존재하는 문화적 인식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은 혈연관계로 맺어진 일가친척에 대한 집단행동, 동료 의식이 강하다. 이에 반해 일본은 개인의 취향을 고려한 합리성을 추구한다. 얼핏 형태적으로는 비슷하지만, 그 속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최근 일본에 불어 닥친 ‘욘사마 열풍’ 으로 중년 여성들이 복잡한 역사 문제 등을 거론하지 않고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차이를 줄이고 정상적인 관계로 나아가고 있는 징조일지 모른다.
일본인으로 한국인 여자와 결혼해 사는 시노하라 츠카사씨가 한일간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책을 펴냈다. 일본 남편의 유쾌한 한국살이라는 부제를 달고 ‘한국 마누라가 최고야’ (미디어윌 刊)라는 책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생각의 차이를 통해 현존하는 한일간의 인식 차이를 끄집어내고 있다.
그는 한국의 반일 감정은 한국인의 정체성과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은 고대 삼국시대 이후 신라, 고려, 조선, 대한제국으로 일관된 국가를 유지했다. 그런데 경술국치에 따라 조선이 망하고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후, 대한민국이 탄생했을 때 자신들이 지켜야 할 왕조가 모두 없어졌다. 일본은 막부가 교체되고 전쟁에서 패한 후에도 일관된 천황가가 존재해왔다. 전후에도 일본은 상징 천황제의 근본을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해서 재건을 추진해왔지만, 한국은 무엇을 중심으로 정리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분분했다.
그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민족의 통합 수단이 된 게 바로 ‘반일’ 이었다. 일본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재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럼으로 일본은 한국인에게 활력의 근원이었던 것이다. 서로에게 있어서 이런 존재감의 차이가 양국간의 커다란 장애가 되었다. 저자는 이런 반일 감정이나 혐한 감정을 털고 서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힌다.
이 외에도 일본과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아주 사소한 차이점을 언급하면서 서로의 형태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한국인은 모두 다정하기 때문에 쉽게 고독에 빠지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지만, 고독한 사람을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일본인은 필요 이상으로 개인주의에 몰두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자신의 집 앞을 깨끗이 청소하고 물을 뿌리는 습관이 있지만, 이는 자기 집 앞만 청소하는 이기주의라는 주장이다. 한국에서는 아기를 안고 전철을 타면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본의 여관에서는 부부가 숙박해도 이불을 두 세트 준비하지만, 한국의 여관에서는 이불은 한 세트에 베개 두 개가 준비된다. 이런 미묘한 차이가 한일간에 존재하는 문화적 차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거칠고 촌스러울 수도 있지만 한국인은 정이 풍부하고 인간미가 넘친다고 말한다.
저자는 샐러리맨 가정에서 태어나 지극히 평범하게 자란 보통의 일본인. 어릴 때에는 프로 레슬링과 프로 야구에 열중하는 보통 소년이었다. 그런 그가 전화기를 맞게 된 것은 중국 문화대혁명과 한국인 아내. 중국문화 혁명을 통해 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가게 되었고, 한국인 아내를 통해 한일간에 존재하는 편견, 몰이해, 멸시 등에 올바른 시각을 갖게 됐다고 적고 있다.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