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WILL1

사이트맵으로 이동
“공부엔 분명 왕도가 있다” 2004.11.05
- 공부불패 예리의 게으른 공부법 -
“세상에 공부만큼 쉬운 것은 없다” 라는 말이 한 때 유행한 적이 있었다. 모 저자가 쓴 책의 제목인 이 말은 전국의 고3 수험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 가운데 하나였다. “세상에 공부만큼 어려운 것이 어디 있다고” “새벽 3시까지 공부하고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안 자며 공부에 매달리는 수험생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면서 그 말 자체를 귀에 담으려 하지 않았다.

그 다음에 나온 말이 “난 교과서에서 모든 걸 배웠다” 이었다. 학원 안 다니고 과외 도 안하고 학교에서 예·복습만 열심히 했더니 서울대에 들어가더라는 것이다. “세상에나,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하면 어떻게 수능 1등급을 받아?” “학원 다니고 과외해도 서울대 가기가 ‘하늘의 별따기’ 인데 분명 집에서 몰래 족집게 과외라도 받았을 거야” 라며 비아냥거렸다. 일견 부럽기도 하고 일견 나는 왜 이럴까하는 회의감이 공존하는 공부법. 왕도가 없다지만 분명 공부 잘하는 방법이 있을 텐데. 그게 뭔지 잡히지 않는다.

이런 궁금증의 대상에 대해 한 여학생이 최근 ‘해답’ 을 내놓았다. 해외파가 대세인 대원외고에서 유학은커녕 어학 연수 한 번 안 간 ‘토종’ 인 최예리 학생이 전교 1등 우등생이 될 수 있었던 공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보통 아이들의 기부터 죽이는 거창한 천재의 공부법이 아니라, 따라하면 누구나 공부가 만만해지는 게으른 공부법을 설파하면서 ‘공부 불패 예리의 게으른 공부법’(미디어윌) 이란 책을 출간한 것이다.

최예리는 IQ 150의 천재도 아니고, 누구나 혀를 내두르는 악바리 공부벌레도 아니다. 고3 수험생들이 새벽까지 눈에 불을 켜며 공부할 때도, 잠을 주체 못해서 저녁 10시면 잠자리에 들었던 잠꾸러기다. 책상 앞에 10분만 앉혀두면 그대로 꿈나라로 직행이다. 그런 ‘의지 박약아’ 가 스탠퍼드를 비롯해 미국의 유명 대학 11군데에 합격하고, 장학금까지 받고 유학을 가게 됐다면 믿을 수 있을까?

도대체 어떻게 공부했기에, 또 어떻게 공부하고 있기에 그게 가능할까? 그는 “흥미와 도전의식을 버리지 말고 끈기를 갖고 공부하라” 고 권한다. 수업 시간에 열심히 대답하고, 설명을 듣고, 노트를 정리하고, 패턴을 익히고, 응용 문제까지 풀어보고 나면, 아무리 어렵던 문제도 ‘쏙쏙’ 풀린다. 영어도 쉽고 재미난 소설부터 시작해 큰 소리로 따라 읽고, 꾸준히 해라고 말한다. 사실 예리의 공부법은 누구나 다 아는 평범한 교훈처럼 들린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많다. 그렇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최예리는 남 다른 데가 있다. 그는 대학 진학 시에도 미국의 아이비리그를 고집하지 않았다. 스탠포드라는 명문대를 과감히 포기하고 국가별로 두 명만이 선발되는 프리먼 장학생이 되어 웨슬리언 대학을 택한 소신을 보였다. 최예리가 단순히 공부만 잘 하는 학생이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를 보고 교육의 질과 가치를 따져볼 줄 아는 현명함과 합리적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