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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제 근무제, 하도급 업체에 엉뚱한 '불똥'
2004.07.02
- 영세사업장, '그들만의 잔치' 시큰둥
7월1일 부터 논란이 분분했던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됐다. 우선 공기업과 금융보험업, 근로자 1000명 이상 사업장이 그 대상으로 이에 해당하는 근로자 수는 179만 8,000여명에 이른다. 앞으로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확대될 주 5일제의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일단 해당 근로자들은 주 5일 근무제 시행에 따른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맞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투잡스족’을 준비하고 있는가 하면 회사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공부를 하겠다는 직장인들도 많다.
하지만 주 5일제의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5일 근무제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전문가들은 주 5일 근무제의 시행이 ‘살만한’ 노동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상대적으로 영세한 노동자들에게는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고 경제적으로 미칠 부정적 효과에 대한 걱정도 많다.
취업전문 사이트 파인드잡이 근로자 100명 이하 사업장 324곳을 대상으로 주5일제 실시계획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65%(210곳)에 이르는 사업장은 이를 조기에 도입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앞장서서 주 5일제를 도입하는 중소기업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주 5일제 시행에 따른 대기업의 경영부담이 중소기업에 전가되어 영세업체 근로자들의 고용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가구업체 한샘은 주5일제 시행에 따른 인건비 상승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하도급 기업의 일감을 줄이고 본사의 일을 더 늘리기로 했다. 주5일 근무제의 불똥이 엉뚱하게도 하도급 업체에 튄 셈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를 때 그 부담이 하청업체들에게 전가됐던 전례처럼 주5일제 시행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고스란히 하청업체에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성급한 주5일제 시행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먼저 주5일제 도입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로 소개됐던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인터넷 취업정보업체 잡코리아가 주 5일제 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42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52%에 해당하는 기업이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한 추가 고용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주 5일제를 시행하는 공사와 공단 등 3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67%에 해당하는 업체들이 주5일 근무제가 고용창출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영자 측과 전문가들도 주5일제가 미칠 부정적 효과를 지적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달 29일 발표한 ‘2004년 2/4분기 산업 활동 및 3/4분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 3/4분기에 자동차, 타이어, 전자, 반도체 등의 업종에서 호황을 맞겠지만 주5일제 도입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채산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한국금융연구원의 박종규 연구위원은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인한 경제성장률 감소율이 매년 0.9~1.1%포인트에 이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주 5일제 도입으로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이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돌아가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때문에 주5일제의 도입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주 5일제 도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만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총의 하투(夏鬪)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은 연월차 휴가수당을 근로자 퇴직 시까지 총액임금에 포함시켜 지급, 생리휴가 월1일 유급, 연월차 휴가 18~27일로 통합 등 임금삭감 없는 주5일제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성연 팀장은 “노동계가 무리한 요구만을 일방적으로 주장하지 말고 법과 원칙을 지키는 책임 있는 경제주체로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주5일제 시행을 통해 근무시간이 짧아지는 만큼 구체적인 생산성 향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