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5일제 정착까지는 '산 넘어 산'
2004.06.28
- 1000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주5일제 근무실시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그 실시 방법을 둘러싸고 노사간 난항을 겪으면서 실제 정착되기까지는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주5일제 법제화에 따른 연월차 축소 문제나 임금 보전 등을 놓고 노사간 의견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자칫 파업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주5일제 도입시 인건비 상승 등 경영여건이 악화된다는 점에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사회 갈등의 불씨를 안기고 있다.
◇ 근로시간 단축 조건이 최대 쟁점=주40시간제가 오는 7월부터 1000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될 예정이지만 월차 폐지와 연차 축소 여부를 두고 노사간 막판 외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노동계는 주5일 시행시 월차휴가 생리휴가 등 기존의 근로조건은 그대로 유지한 채 근로시간만 단축하는 이른바 '근로조건 저하없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올 임단협의 지상 과제로 삼고 있다.
또 휴가를 축소할 경우에는 종전에 지급받던 휴가수당을 별도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주40시간제 시행시기도 기업규모별 단계적 시행을 외면한 채 전면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경영계는 주5일제 입법 취지와 전면 배치되는 것으로 기업부담이 크게 는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노동계의 주장대로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할 경우 연간 휴일 휴가일수는 143~173일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며, 기업의 추가 인건비 부담은 15%를 웃돌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총 관계자는 "월차 및 유급 생리휴가 유지 등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노동계는 휴가 축소분에 대한 임금보전 주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주5일 도입문제는 임금인상 문제로 귀결돼 기업의 인건비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갈등은 올 임단협 현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노사간 대리전을 띠는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임단협 타결에 따라 주5일 근무제를 실시중이지만 연월차 축소문제를 합의하지 않아 올해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용자측은 올 임금협상에서 정부안대로 월차 폐지와 연차 축소를 담아 주5일 근무제를 운영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임금 협상에 연월차 축소분을 반영, 결국 임금을 줄이자는 뜻으로 해석하는 노조와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도 지난 4월부터 주5일제 시행에 들어갔으나 구체적 시행방식에 대해서는 임단협에서 결정키로 한 상태로 사측은 법 개정에 따른 연월차 축소를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측은 근로조건 후퇴없는 주5일제 시행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사간 힘겨루기가 지속될 경우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주5일제도가 파업 사태 등과 맞물려 경착륙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은 산넘어 산=7월부터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주5일 근무제 시행이 늦춰짐에 따라 가뜩이나 근무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함께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경영 악화를 우려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개정법에서는 중소기업의 부담능력과 노사정위원회 합의사항 등을 고려해 시행시기를 업종과 기업규모에 따라 2004년 7월부터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정했다.
노사가 합의할 경우 시행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고, 법정 시행시기에 앞서 시행하는 중소기업에는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제정했다. 따라서 노사가 기업의 실정을 고려해 적정한 시행시기를 정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이 제도 도입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취업전문 사이트 파인드잡(www.findjob.co.kr)에 따르면 최근 100명 이하 사업장 324개 업체를 대상으로 주5일 근무제 실시 계획을 조사한 결과 65%(210개 업체)가 법령으로 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에는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올해 안에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겠다는 업체는 19%(40개), 내년은 17%(36개)에 불과해 중소기업들은 제도 도입에 따른 생산일정이나 납기일 준수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성급하게 주5일제를 도입할 경우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 및 국제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며 충분한 준비기간 후 단계적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또 휴일휴가 초과 근로 할증률 등 관련 제도를 선진국수준으로 개선하고 경쟁력 약화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5주일제 시행 임박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인력난 심화와 관련,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기존 휴가제도는 그대로 둔 채 근로시간만 단축하는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된다면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심각히 악화될 수 있다"며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근로조건 격차가 확대되어 인력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원정호기자